
ATD 조사에 따르면 L&D 조직의 상당수가 커크패트릭 4단계(성과 지표)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교육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는 필립스 ROI 방법론과 그 현실적 한계를 짚어본다.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의 2026년 State of the Industry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직원 1인당 연간 직접 학습비용은 846달러 수준으로, 전년 1,254달러 대비 오히려 줄었다. 동시에 학습시간당 비용은 165달러로 전년 대비 34% 올랐다. 예산은 줄고 단가는 오르는 이 이상한 조합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돈이 실제로 회사에 이득이 됐는지, 누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커크패트릭 4단계와 필립스의 5번째 층
도널드 커크패트릭의 4단계 모델(반응→학습→행동→결과)은 교육 평가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결과(Level 4)'는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처럼 여러 변수가 섞인 지표라 교육의 순수 기여분을 분리하기 어렵다. 잭 필립스는 여기에 5번째 층인 ROI를 추가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계산식은 단순하다. (순 프로그램 편익 ÷ 프로그램 비용) × 100. 문제는 '순 편익'을 구하는 과정이다. 교육 이후 성과 변화분에서 다른 요인(계절성, 경기, 조직 개편 등)의 영향을 분리해내야 하는데, 이 분리 작업 자체가 상당한 데이터 인프라와 통계적 가정을 요구한다.
왜 대부분 4단계 이상 가지 못하는가
업계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수치가 있다. L&D 조직의 상당수, 추정치로는 약 65% 안팎이 4단계(행동 변화·업무 성과 지표)까지도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1~2단계(만족도 설문, 지식 습득 테스트)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설문 데이터는 교육 직후 바로 걷을 수 있지만, 업무 성과 데이터는 인사·현업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고, 그마저도 교육 효과와 다른 변수를 분리하는 통계 설계가 필요하다. 즉 ROI 측정의 병목은 '방법론을 모른다'가 아니라 '데이터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인프라 문제에 가깝다.
| 단계 | 측정 대상 | 기업 현실 |
|---|---|---|
| Level 1 반응 | 교육 만족도 설문 | 거의 모든 조직이 수집 |
| Level 2 학습 | 지식·기술 습득 평가 | 대다수 조직이 수집(퀴즈·인증시험) |
| Level 3 행동 | 현업 적용 여부 | 수집률 급감 — 현업 관찰·상사 평가 필요 |
| Level 4 결과 | 매출·품질·이직률 등 비즈니스 지표 | 다수 조직 도달 실패(추정 약 65%) |
| Level 5 ROI(필립스) | 편익 대비 비용 비율(%) | 영업·리더십 교육 등 일부 사례에서만 계산 |
실제 보고된 ROI 사례들이 주는 함의
필립스 방법론을 적용한 사례 연구들에서는 영업 방법론 교육이 12개월 기준 평균 353%, 우수 사례는 5,833%에 이르는 ROI를 보였다는 보고도 있고,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은 12~18개월 기준 150~350% 수준의 ROI가 자주 언급된다. 다만 이런 수치들은 대체로 사전에 정교한 통제집단 설계나 재무 데이터 연동이 가능했던 '모범 사례'에 가깝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즉 이 숫자를 우리 조직에 그대로 대입하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저 정도 수치가 나올 수 있었는지 방법론을 참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 ROI를 계산하려면 교육 시작 전 '비교 가능한 성과 지표'부터 정의해야 한다 (사후에는 통제집단을 만들 수 없다)
- 모든 과정에 5단계 ROI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 예산 비중이 큰 핵심 과정만 선별해 정밀 측정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 Level 3(행동 변화)를 건너뛰고 곧장 매출 지표로 가면 교육의 기여도를 증명하기 어렵다
- HR·현업 시스템과 학습 데이터를 연동하지 않으면 Level 4 이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ROI를 못 구하는 이유는 공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측정할 데이터가 애초에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예산의 효과를 입증하고 싶다면 분기말에 설문지를 걷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핵심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비교 가능한 성과 지표를 미리 정의하고, 그 지표가 현업 시스템의 데이터와 연동되도록 설계하는 것 — ROI 측정은 교육이 끝난 뒤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