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D는 2025년 미국 기업의 1인당 학습 지출이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링크드인러닝 조사에서는 기업 75%가 AI 교육 예산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같은 시장, 다른 숫자가 말해주는 예산 재편의 실체를 짚었다.
미국인재개발협회(ATD)가 2026년 5월 발표한 State of the Industry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기업의 직원 1인당 직접 학습 지출액은 평균 846달러로 집계됐다. 전년인 2024년의 1254달러, 그 전해인 2023년의 1283달러와 비교하면 1년 새 408달러, 비율로는 3분의 1가량이 빠졌다. 그런데 같은 시기 링크드인러닝이 내놓은 2025 Workplace Learning Report는 정반대 신호를 보낸다. 조사에 응한 기업의 75퍼센트가 다음 회계연도에 AI 관련 지출을 늘리겠다고 답했고, 25퍼센트는 이미 2026년 예산에 AI 교육 항목을 별도로 배정해 두었다고 밝혔다. 같은 나라, 거의 같은 시점에 나온 두 보고서가 정반대로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줄어든 예산, 그러나 사라진 돈은 아니다
ATD 보고서는 340개 조직의 응답을 바탕으로 한다. 지출 감소의 배경으로 협회가 지목한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 화상 기반 강사 주도 교육(VILT)이 늘면서 강사 출장·대관 비용이 줄었다. 둘째, 교육팀(TD) 자체 인력을 줄이면서 인건비 지출이 감소했다. 셋째, 행정 업무 자동화로 운영 비용이 낮아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형식 학습에 쓴 시간(연 16.7시간)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즉 쓰는 돈은 줄었는데 학습량 자체는 줄지 않았다는 뜻으로, 예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효율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I에는 진짜 돈이 붙는다
링크드인러닝 조사를 보면 이 효율화된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드러난다. L&D 담당자의 71퍼센트가 AI를 자신의 업무에 실험적으로라도 도입하고 있다고 답했고, 기술 스킬(AI·머신러닝, 사이버보안, 데이터 분석) 교육이 전체 기업 교육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퍼센트로, 사상 처음 단일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업계 벤치마크 조사(Skillademia 등)에 따르면 테크 기업은 업종 평균(약 1420달러) 대비 2.3배가 넘는 1인당 3270달러를 교육에 쓰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이런 수치는 조사기관·표본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절대값보다는 방향성 — 기술·AI 관련 항목으로 예산이 쏠리고 있다는 흐름 — 으로 읽는 것이 안전하다.
멀티버스가 보여주는 축소의 그림자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대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한 AI 견습(apprenticeship) 플랫폼 멀티버스(Multiverse)의 최근 행보는 이 예산 재편의 양면성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 회사는 2026년 1월 5일 전체 인력의 약 8퍼센트에 해당하는 55명을 감원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인 2026년 5월, 멀티버스는 7000만 달러를 새로 유치하며 기업가치 2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2022년 평가액 17억 달러보다 높아진 수치다. 같은 회사의 최근 회계연도(2025년 3월 마감) 실적을 보면 매출은 3분의 1 이상 늘어 약 8000만 파운드를 기록했지만, 세전 손실 역시 260만 파운드 늘어난 6330만 파운드로 확대됐다. 투자자들은 AI 업스킬링이라는 장기 방향성에는 여전히 베팅하면서도, 개별 기업의 견습 프로그램 같은 전통적 예산 항목은 정리되고 있는 셈이다.
| 지표 | 2023~2024년 | 2025~2026년 |
|---|---|---|
| ATD 1인당 직접 학습 지출 | 1254~1283달러 | 846달러 |
| AI 지출 확대 계획 기업 비율(링크드인) | 집계 이전 | 75퍼센트 |
| 기술 스킬이 전체 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 28퍼센트 미만 | 28퍼센트(1위 항목) |
| 멀티버스 기업가치 | 17억 달러(2022년) | 21억 달러(2026년 5월) |
- AI 리터러시·프롬프트 작성 교육 — 조사 대상 기업의 55퍼센트가 이미 제공 중
- 규제 대응 컴플라이언스 트레이닝 — 경기와 무관하게 항상 우선순위 유지
- 기술 스킬(AI·데이터·보안) 재교육 — 전체 지출의 28퍼센트로 단일 최대 항목
- 견습·장기 프로그램형 예산 —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가장 먼저 축소되는 항목
예산이 준 것이 아니라, 예산이 재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 기업의 교육 예산은 총액이 아니라 배분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의 이 신호를 참고한다면, LMS·교육 콘텐츠 예산을 일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기보다 AI·기술 스킬 카테고리로 재원을 옮기고, 견습형·장기형 프로그램은 성과 지표를 더 촘촘히 요구받게 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