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사교육을 강타한 중국의 솽젠(雙減) 정책 이후, 살아남은 에듀테크 기업들은 일제히 기업·성인 직무교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이썬(北森)의 쿠쉐위안(酷学院) 인수 등 최근 재편 흐름을 짚어본다.
2025년 1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베이썬(北森·Beisen)이 기업용 이러닝 플랫폼 쿠쉐위안(酷学院·Cool College)의 지분 100%를 약 1억 8천만 위안(약 350억 원 상당)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M&A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4년 전인 2021년, 중국 정부가 '솽젠(雙減·이중 감축)' 정책으로 초중고 대상 사교육 산업 전체를 사실상 초토화시킨 뒤, 살아남은 기업들이 일제히 방향을 튼 곳이 바로 이 '기업·성인 직무교육'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규제가 시장 하나를 죽이고 다른 시장 하나를 키운 셈이다.
솽젠 정책과 시장의 급선회
중국의 이러닝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하게 규제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거의 매달 새로운 규정이 발표될 정도로 정부의 개입이 상시적인데, 그 정점이 2021년의 솽젠 정책이었다. 초중고생 대상 영리 목적 교과 과외를 사실상 금지한 이 정책으로 신둥팡(新东方)·하오웨이라이(好未来) 등 대형 사교육 상장사들의 사업 모델이 붕괴했다. 이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K-12 교과 튜터링에서 철수하고 성인 직무교육·기업교육 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동시에 정부는 규제로 시장을 조이면서도 '스마트 교육(智慧教育)'과 '신형 인프라(新基建)' 정책을 통해 디지털 전환 자체는 적극 지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국가스마트교육공공서비스플랫폼(国家智慧教育公共服务平台)'이 대표적으로, 공교육 영역의 디지털 인프라를 국가가 직접 표준화하는 흐름이다.
기업 이러닝 시장의 재편 — 윈쉐탕과 베이썬
이 규제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 기업용 학습관리 SaaS 기업들이다. 윈쉐탕(云学堂·Cloud Learning)은 2015년 이후 자본 시장의 주목을 받아온 대표적 기업교육 SaaS 업체로, 제조·제약·요식업·유통·은행·부동산 등 전 업종에 걸쳐 2,500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으며 2024년 8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다만 2024년 1~3분기 매출은 2억 4천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해, 경기 둔화와 기업 교육예산 축소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베이썬은 2025년 1월 쿠쉐위안을 인수하며 기존 5,000곳이 넘는 유료 고객에 쿠쉐위안의 4,000곳 고객 기반을 더해 몸집을 키웠고, 곧이어 코스 제작·학습 보조·실전 코칭·리더십 코칭·시험 관리를 담당하는 5종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AI Learning' 플랫폼을 출시했다. 기업교육 SaaS 시장이 단순 콘텐츠 유통에서 AI 에이전트 기반 학습 경험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솽젠 정책이 K-12 사교육 시장의 문을 닫자, 같은 자본과 인력이 기업교육 시장의 문을 열었다.
중국 이러닝 시장 지형 비교
| 기업/플랫폼 | 주력 시장 | 최근 동향 | 비고 |
|---|---|---|---|
| 윈쉐탕(云学堂) | 중대형 기업 교육 SaaS | 2024년 8월 나스닥 상장, 고객사 2,500곳+ | 2024년 1~3분기 매출 전년比 26.4% 감소 |
| 베이썬(北森)+쿠쉐위안(酷学院) | HR SaaS 결합형 기업교육 | 2025년 1월 쿠쉐위안 인수, AI Learning 출시 | 합산 유료고객 9,000곳 이상 |
| 신둥팡·하오웨이라이 등 K-12 사교육 | 초중고 교과 과외(과거) | 솽젠 정책 이후 사업모델 붕괴·전환 | 다수 기업이 성인 직무교육으로 이동 |
| 국가스마트교육공공서비스플랫폼 | 공교육 디지털 인프라 | 교육부 직접 운영 | 정부 주도 표준화 사례 |
규제 환경 속 생존 조건
중국에서 이러닝 사업을 지속하려는 기업들이 최근 3~4년간 시장에서 확인한 생존 조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미성년자 대상 교과 콘텐츠·과외 사업은 정책 리스크가 매우 높아 지속 가능성이 낮음
- 성인·직무·기업 교육은 상대적으로 규제 압박이 낮고 정부의 '스마트 교육' 기조와도 방향이 일치
- HR 데이터(채용·평가·성과)와 학습 데이터를 결합한 '학습+인재관리' 통합형 SaaS로의 수렴
- AI 에이전트 기반 콘텐츠 제작·코칭 기능이 신규 계약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
- 거시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교육예산 축소 압력이 동시에 존재(윈쉐탕 매출 감소가 방증)
중국 이러닝 시장은 절대 규모(2025년 기준 약 627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2034년까지 연 10%대 성장 전망)만 보면 여전히 세계 최대급이지만, 그 내부 구조는 정책 리스크에 따라 K-12에서 기업교육으로 무게중심이 뚜렷하게 이동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는 규제·데이터 현지화 장벽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특정 국가의 교육 정책 리스크에 사업 모델 전체를 노출시키기보다, 처음부터 기업교육(B2B)처럼 정책 변동성이 낮은 영역에 무게를 싣는 편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