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미시간 배터리 공장의 채용 규모는 계획보다 줄었지만, 시급은 오히려 올랐다. 2023년 UAW 파업이 만든 마스터 협약과 전환 배치권이 축소 국면에서도 처우 방어선이 됐다.
미시간주 마셜(Marshall). 2023년 포드가 35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를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약속한 일자리는 2,500개였다. 2026년 가동을 앞둔 지금, 실제 예상 채용 규모는 1,700개에서 많아야 2,100개 선으로 줄었다. 대신 이 공장의 시작 시급은 시간당 20달러에서 25달러로, 평균 시급은 21.70달러에서 25.50달러로 올랐다. 일자리 숫자는 깎였는데 시급은 오히려 올라간 이 역설적인 그림 뒤에는, 2023년 UAW 파업이 만들어낸 협약 구조가 있다.
2023년 파업이 배터리 공장에 남긴 것
2023년 UAW의 '빅3(포드·GM·스텔란티스)' 동시 파업은 완성차 임금협상을 넘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새로 생기는 배터리 공장 일자리의 지위를 노조 협약 안으로 끌어들이는 싸움이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GM-UAW 마스터 협약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고, 포드 역시 건설 중이던 마셜 공장 근로자들이 향후 마스터 협약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공장에서 발생하는 '잉여 인력'이 이 공장으로 전환 배치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실제로 정리해고됐던 로즈타운(Lordstown) 조립공장 노동자들은 시간당 15.50달러를 받던 조건 대신, 얼티엄 로즈타운 배터리 공장으로 옮겨 마스터 협약과 동일한 임금·처우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협약의 뼈대는 남았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 둔화였다. 2024년 11월, 포드는 "혼란스러운 전기차 시장"을 이유로 마셜 공장의 고용 규모와 투자액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미시간주의 인센티브 패키지도 함께 줄었다. 그러나 축소된 계획 안에서도 노조가 확보해 둔 조항들 — 마스터 협약 적용, 카드체크(card-check) 방식의 손쉬운 조직화 경로, 잉여 인력의 전환 배치권 — 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시급 인상은 줄어든 일자리 수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자, 협약 구조가 축소 국면에서도 최소한의 처우 방어선 역할을 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 항목 | 2023년 발표 당시 계획 | 2026년 가동 시점 |
|---|---|---|
| 예상 일자리 수 | 약 2,500개 | 1,700~2,100개 |
| 시작 시급 | 시간당 20달러 | 시간당 25달러 |
| 평균 시급 | 시간당 21.70달러 | 시간당 25.50달러 |
| 노조 조직화 방식 | 카드체크 경로 확보 | 동일 유지 |
재훈련권이라는 안전망
UAW-포드, UAW-GM 각각의 합동 기능훈련센터(Joint Technical Training Center)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노사 공동 출자 훈련기관으로, 조립 라인 인력을 배터리·전기차 정비 등 신규 공정에 재배치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해 왔다. 2023년 협약 이후 이 훈련센터들은 현직 숙련공을 강사로 투입하는 방식 등으로 기능을 확대했다. 핵심은 이것이 개별 기업의 시혜적 재교육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못박힌 '권리'라는 점이다. 공장이 축소되거나 통폐합돼도 노동자가 훈련을 통해 다른 공정으로 옮겨갈 길을 협약 자체가 보장한다.
- 마스터 협약 적용 — 배터리 합작법인 근로자도 완성차 노조 협약과 동일 처우
- 카드체크 조직화 — 별도 선거 없이 서명만으로 노조 인정
- 전환 배치권 — 공장 폐쇄·축소 시 다른 공장·공정으로 이동 가능
- 합동 훈련센터 — 노사 공동 재원으로 운영되는 상시 재훈련 인프라
전기차 전환에서 노조가 지킨 건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일자리를 잃어도 옮겨갈 수 있는 길이었다.
제조업 전동화가 한국에서도 본격화되는 지금,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신기술 전환기에 인력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지만, 재훈련·전환 배치 체계를 협약이나 제도로 미리 설계해 두지 않으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